한교총, 한국교회와 역사 앞에 죄인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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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총, 한국교회와 역사 앞에 죄인이 될 것인가?
  • 송상원 기자
  • 승인 2021.08.19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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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쫓아낼 생각 않고 이를 핑계로 통합 무산 시키나
선통합 후 회원교단과 함께 이단 쫓아내면 문제 해결
이뤄질 수 없는 조건 내세우는 건 통합 의지 없다는 방증
‘선통합 후 문제 해결’ 시도라도 해보고 안 되면 갈라서야

[매일일보 송상원 기자] 한국기독교계 연합단체를 통합하려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한국교회총연합(공동대표회장 소강석·이철·장종현 목사, 이하 한교총)의 통합 실무를 담당하는 ‘기관통합준비위원장’ 김태영 목사(예장통합)가 이단 문제 등을 거론하며 한기총이 이를 해결해야 통합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부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와의 통합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이다. 일단 한기총 내에는 김태영 목사가 속한 예장통합 교단에서 ‘신천지 이만희와 유사한 이단사상’이라고 결론 난 김노아(개명 전 이름 김풍일, 세광중앙교회)가 있다.

김노아는 스스로 밝힌 신학교 졸업 연도가 상황에 따라 바뀌고 있으며 심지어 신학교 졸업 연도보다 목사고시 합격연도가 4년 빠른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드러나 가짜 목사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런 김노아는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 세 번이나 출마해 모두 떨어졌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기총 내에서도 그의 이단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이들이 상당수이기에 큰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이단성이 강한 인사가 한기총 내에 있다고 해서 연합기관 통합을 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일단 선통합 후 한기총과 하나 되자마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 한기총 내 건전한 교단들과 함께 이단성이 있는 인사를 쫓아내면 된다. 이렇게 하면 한기총도 개혁되고 이단도 기독교 연합기관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되는 최상의 결과가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이전부터 한교총 측은 통합과 관련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한기총 내부에서 먼저 이단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기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한국기독교계가 힘을 모아 연합해 개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변화하라는 현실성 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단 문제는 기독교계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한기총과 선통합 후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이단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개혁을 위해 내부로 파고드는 것이다. 이단이 있다고 한기총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전통이 있는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인 한기총을 변질시킨 이단과 동조자들을 내쫓기 위한 개혁 작업을 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이단들이 쫓겨나야지 한기총을 버려서는 안 된다.

그런데 예장통합 교단 인사들은 한교총과 한기총이 통합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계속해서 한기총 스스로 먼저 개혁하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며 통합 논의를 진전 시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면 지금까지 연합단체를 분열시킨 중심에 항상 예장통합 교단이 있었기에 다시 한기총과 하나 된다는 것 자체가 자신들이 벌인 지난 행동들에 대한 명분을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기총을 분열시키며 한교연을 만들 때도 예장통합 교단이 주축이었고 한교연을 깨고 한교총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교연을 만들 때 현수막에까지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가칭)한국교회연합 창립총회’라고 적었지만 단체를 만들자마자 독자 행보를 하며 한기총과의 결별을 고착화 시켰고, 한교총 창립 과정을 보면 한국기독교계의 연합을 위한 작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한교연을 만들 때처럼 결국 기존 단체을 깨고 새로운 연합단체를 만들었다. 에큐메니칼을 외치는 예장통합이 역설적이게도 연합기관 분열에 있어서는 항상 선봉에 있었다.

예장통합 측이 한기총을 향해 이단이 있기에 ‘선통합 후 문제 해결’ 방식을 따를 수 없다고 하는 것도 명분이 약하다. 예장통합 교단은 WCC에 가입돼 있는데, WCC에는 콥트 정교회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콥트 정교회가 믿는 단성론은 칼케돈공의회에서 이단으로 결정된 신학이다.

예장통합 측이 그런 WCC에서는 문제 제기 없이 활동하고 있으면서 한기총을 향해서는 이단이 있으니 통합 논의를 할 수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다. 단성론에 비하면 한기총 내에 있는 이단은 동네 무당 같은 수준의 이단이다. 신학적 논쟁도 필요 없을 정도의 깊이를 가진 이런 하찮은 이단은 정통 신학을 가진 교단들이 한기총에 들어가 문제를 제기해 쫓아내 버리면 된다.

그런데 예장통합 교단 인사들을 비롯해 한교총의 인사들은 현재 활동에 만족하고 있어 굳이 한기총과 통합해야 하는 이유를 현실적으로 체감하지 못해 적극성을 띄지 않고 있다. 소강석 목사(예장합동 총회장, 새에덴교회)와 이영훈 목사(기하성 여의도 대표총회장, 여의도순복음교회) 정도가 열심히 뛸 뿐이다.

초대형교회 목회자들의 경우 정부 측과 대화한 결과 기독교계가 권익을 지키는 일에 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뜻을 이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했지만 다른 목회자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즉 기독교계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가 다르다.

일반적인 목회자들은 왜 이단이 있는 한기총과 통합을 추진해 구설에 오르려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괜히 통합을 추진했다가 소속 교단에서 욕만 먹을 것이 뻔해 굳이 통합 논의를 진전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성이 있는 한기총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단을 쫓아내는 것이 맞는 것이고 특히 기독교계가 통일된 목소리를 내며 보호막을 형성해 정부의 잘못된 조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한기총과의 통합이 필요하다.

한교총이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진정성을 보였으면 한다. 한교총 기관통합준비위원장 김태영 목사는 한기총 내에서 문제가 해결돼야만 통합 논의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한기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누가 통합을 못 시키나? 이뤄질 수 없는 조건을 내세우는 건 통합 의지가 없다는 말과 같다.

한교총이 밑져야 본전인 노력이라도 해봤으면 한다. 만약 ‘선통합 후 문제 해결’ 방식으로 통합을 추진한다고 가정해보자. 한교총이 이 방식을 따랐는데도 한기총 내에서 이단을 쫓아내지 못한다거나 개혁이 되지 않는다면 그때 미련 없이 갈라서면 된다. 이는 아무것도 시도해보지 않고 통합 논의를 결렬시키는 것보다 훨씬 진정성이 있는 태도다.

대형교단과 중형교단이 한기총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한교총은 연합기관 통합이 된다면 이단과 동조자들을 쫓아내고 개혁할 수 있는 힘이 충분히 있다. 이런 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기독교계가 하나 되는 일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는 한국교회와 역사 앞에 죄인이 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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