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반대논리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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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반대논리 살펴보니…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3.06.1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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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세입자보호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2)

[매일일보] 정부가 4·1부동산 대책을 시행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정책전환에 따른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과 함께 정부의 정책이 집 없는 서민들에게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얘기로 들린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4·1대책은 사상 처음으로 ‘보편적 주거복지’ 개념이 포함되었는데 이는 지금까지의 부동산정책 목표가 ‘내 집 마련’을 꿈꾸는 국민들의 욕구를 겨냥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국민들의 수요가 ‘장기임대’ 쪽으로 대거 이동함에 따른 변화이다.

수요이동의 가장 큰 원인은 아파트의 ‘투자자산’으로서 매력이 거의 완전히 사라지고 오히려 집이 짐이 되는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다가, 전세가격 급등으로 인해 경제여건에 맞는 임대주택을 구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회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과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전국세입자협회(준)가 지난 5일 공동개최한 ‘주거복지실현을 위한 전·월세 현황과 정책과제’ 토론회에서는 서채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의 ‘민간 전월세시장 안정과 세입자보호를 위한 입법과제’ 발제가 있었다. 그 내용을 3회에 걸쳐 요약 발췌한다.
※ 편집자주

▲ 지난 2011년 1월,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나눔과 미래,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세입자단체 등이 전·월세 인상 상한제,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 등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세입자 보호 강화’ 후 91~98년 전세값 인상률 하향 안정화
법 개정시 ‘시행 유예기간’ 따른 공백이 오히려 부작용 촉발

■ 위헌론·포퓰리즘론

서구 유럽의 임대차법은 임대차관계 장기존속을 통한 임대차 안정을 위해 임차인의 갱신청구권을 규정하거나 임대인의 계약해지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존속보장), 유럽과 미국의 주나 대도시에서는 차임 인상에 대한 제한 입법을 대부분 두고 있다(차임통제 또는 차임규제).

일각에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포퓰리즘적 무책임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외국의 입법례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말이다.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에 대해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갱신거절권을 부여하고, 차임 인상률 상한도 가계물가지수 상승률이나 건축비지수 인상율 등과 연동하면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문제는 제기될 여지가 없다.

또 주거권보다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영업권에 관해 이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에 계약갱신청구권과 계약갱신 시 차임 인상률 상한제가 도입되어 있는데,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한 위헌시비는 거의 없다.

임대가격 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반대하는 견해도 있지만 2011년 2월 전월세난 해소 및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모색 관련 설문조사 결과는 대다수의 국민이 ‘합의’를 한 것이나 다름없음을 보여준다.

전월세인상률 상한제 찬성은 응답자 999명 가운데 72.8%, 기존 세입자 추가 계약 우선권제도 도입(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찬성은 88%, 전월세 문제해결에 정부가 개입(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은 69.5%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30.5%)보다 월등히 높았다.

■ 부작용론

‘2년 뒤 인상할 것까지 한꺼번에 인상해 전월세가 더 상승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1989년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최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할 때 그러한 현상이 있었다는 것이 주된 논거이다.

하지만 주택임대차법의 최단기간 연장이나 상가임대차법 모두 임대료 상승 등 사회적 현상 심화를 방어하기 위해 임대료 상승기에 만들어졌고, 그 시점은 이미 법의 제·개정이 아니더라도 임대료가 상승하던 시기였다.

임대인은 몇 년간 나누어 인상할 것을 예상하고 나누어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인상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인상하는 것이고, 20년 전 주택임대차법의 경우 급등 시기에 법 개정을 하면서 마치 법 개정 때문에 인상된 것처럼 치부된 측면이 있다.

‘임대인이 임대를 기피해 전월세 주택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임대인이 주택개보수를 기피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서구유럽이나 미국처럼 일정한 금액상한을 정해 획일적으로 임대료를 통제하던 시절에 발생했던 ‘임대주택 슬럼화 현상’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액상한제 방식의 경우 영국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획일적인 임대료 통제에서 나아가 임대인의 임대이익을 보장하는 형태의 공정임대료(Fair Rent) 제도로 발전하면서 임대인이 임대주택 공급의 포기하거나 임대주택의 수리를 방치하거나 하는 현상은 해소됐다.

서구유럽은 공공임대주택이 15-20% 정도에 달해 정부보유분으로 시장상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시점까지는 임대료 폭등을 막기 위해 임대료를 적극적으로 통제했다.

더욱이 장기적으로는 과도기적 부작용이 있어도 법개정이 필요하다. 특히 법 개정 후 1991년부터 1998년까지는 오히려 전세가격 증가율이 하향 안정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작용과 관련해 주의할 것은 개정 공포 후 상당기간의 시행유예 기간을 두는 것이다. 시행 유예기간 중에는 계약해지가 남발되고 전세가격 폭등을 방치하게 되므로 오히려 불안정한 법률공백 상태가 전세의 계약과 가격 안정성을 크게 흔들어 놓는 부작용을 발생시키게 된다.

■ 회피론

‘집주인들이 회피책을 강구하면서 이면계약이 많아지면 규제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법에 위반되는 이면계약은 무효이고 당장 임대인의 요구에 의해 인상률 범위를 넘는 임대료를 주어도 그 뒤 인상률 상한선을 초과한 인상분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어 실효성은 사전·사후적으로 확보된다.

더욱이 서구 유럽에서는 이러한 임대차 존속제도나 인상률 상한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된 예가 없고 우리나라에도 이미 같은 취지의 이자제한법, 분양가상한제, 상가임대차법 등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는 거의 없다.

‘전세금을 통제하면 월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미 주택임대차법 제7조의 2는 전세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세로 전환시 산정률 기준을 두고 있고, 이에 따라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월세를 얼마나 인상하는 것인지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

■ 공급론

‘공급확대로 충분히 전월세 불안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주택은 상품 특성상 공급에 적어도 2-3년이 걸리므로 수급불균형 해소에도 2-3년이 걸린다.

전세시장은 전부 거주목적의 실수요이어서 조금의 수급불균형만 생겨도 급등하는 특색이 있어서 수시로 발생하는 수급불균형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공급대책과 별개로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가 필요하다.

정부가 보유하는 공공임대주택의 보유량이 전체 재고주택의 20% 정도에 달하는 서구유럽 국가들은 민간임대시장에서의 임대료가 인상되는 경우 저렴한 정부보유 임대 주택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민간임대시장에서의 임대료가 인상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게 된다.

우리의 경우 현재 정부 보유 공공임대주택은 4.7%에 불과하고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공급계획의 입주목표가 2016년이었고, 지금은 그 목표를 10%로 낮추고 실제 공급목표는 매년 떨어지고 있는 점에 비춰 보면 2020년쯤에야 100만호 공급계획이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렇게 100만호를 공급해도 전체 재고주택에서 정부보유 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020년 이후에도 적극적인 임대주택공급정책을 추진해야 서구유럽과 같은 안정적인 공공임대주택 보유량을 확보하게 된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을 집중하여 추진해도 적어도 앞으로 10-15년 이상은 임대료 폭등 현상이 계속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기까지는 유럽과 미국 대도시에서 보편적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임대료 인상율을 제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 상가임대차와 주택임대차는 다르다?

‘권리금 등 시설비가 많이 투여되는 상가건물 임차인과 같은 수준으로 주택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상가임대차법이 보호하는 ‘임차인의 영업권’에 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택임대차법)이 보호하는 ‘주거권’은 의·식·주의 기본생존권과 밀접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정당성이 더 크다.

외국의 입법례도 상가임대차와 주택임대차를 구분해 주택임대차에 대해 존속기간 보장이나 임대료 인상률 제한을 상가임대차 보다 더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도 주택임대차법의 존속기간 중 차임인상률 상한선은 시행령에서 5%로 정하고 있지만, 상가임대차법은 시행령에서 9%로 정하고 있다.

■ 과도·획일 규제…비용도 많이 든다?

3억원 이상 고액 전세보증금도 보호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있다. 물론 상가임대차처럼 보증금 규모로 적용범위를 정할 수 있으나 ‘보편적 복지’의 개념처럼 중산층의 전세계약도 정부의 정책적 개입에 따른 보호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전세대란의 주요 피해계층이 2억-3억원의 전세보증금 주택이고 이 부분에서 전세관련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계층을 적용 범위에서 제외하면 입법목적은 크게 몰각되게 된다.

우리나라의 상가임대차법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보증금 규모 기준 적용범위제도’로 인해 상가분쟁이 많은 대도시 도심, 부도심의 상가임대차 대부분이 적용범위에서 제외돼 재판에서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현재 적용범위 철폐 개정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보증금 규모로 적용범위를 제한하면 임대인은 적용을 피하기 위하여 적용범위를 넘는 보증금으로 인상하려고 하여 오히려 보증금을 인상하게 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 상가임대차법 시행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이다.

‘지나치게 획일적인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독일처럼 주택 부족률이 높지 않은 지방까지 규제할 필요는 없으므로 수도권과밀지역과 광역시로 제한해 인상률 제한하는 방식으로 해소가 가능할 것이다.

인상률도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물가지수 상승분의 2배 범위 내에서 시행령에서 정하거나 조달청의 표준건축비인상률이나 가계물가지수와 연동하여 시행령에서 정하는 방법 등이 가능하다.

‘행정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현재 추진 중인 갱신청구권 및 인상률 상한제가 이미 주택임대차법 및 동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인상률 상한제 적용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어서 행정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는다.

정리=김경탁 기자 gim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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