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반기는 공기업의 黑心은…정부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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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 반기는 공기업의 黑心은…정부보조금?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9.02.06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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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줄’ 기용된 관료∙정치인 출신 CEO, 경영능력 떨어져도 보조금은 두 배까지 ‘꿀꺽’

보조금 받고, 영업실적은 ‘꽝’…“政-社-勞 이해관계 탓에 개선 없어”
정치인 CEO, 내부 승진자보다 3% 높은 보조금…관료는 2배 더 받아
실질적 영업이익 적게 발생…일부에선 ‘마이너스’ 수익률 기록하기도
‘임기만 채우면 된다’ 무사안일 지적 불구, MB정부 낙하산 인사 ‘여전’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관료나 정치인 출신 CEO를 둔 공기업이 그렇지 않은 공기업보다 정부 보조금을 많이 받고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또 해당 공기업은 늘어난 보조금에도 불구하고 자체 수입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일 공기업개혁시민연합 주최로 서울 중구 정동 배재학당에서 열린 ‘낙하산 인사와 정부보조금의 상관관계’ 토론회에 참석한 한성대 경제학과 민희철 교수는 ‘정치적 연결이 공기업 보조금에 미친 효과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공기업 CEO의 전직 출신성분에 따라 해당기업의 정부 보조금 규모가 좌우된다”고 주장했다.

그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공기업 CEO는 외부전문가보다 관료나 정치인 출신의 소위 ‘코드 인사’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인사에 대해 반발하는 노조도 있었지만 일부는 ‘힘 있는 자’, 즉 낙하산 인사를 수긍하기도 했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의 ‘전문성’에 대한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발표된 ‘보조금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수입은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는 향후 낙하산 인사에 따른 경영 효율성과 특혜논란을 더욱 가열시킬 전망이다.

낙하산 인사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을 단순히 권력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자리에 임명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까닭에 권력자 주위에는 잘 보여서 한 자리 꿰차려는 ‘아첨꾼’들이 있기 마련. 또 실제로 현 정부는 물론이고 역대 정부도 정권 교체 시기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으며 이들의 방만 경영에 대한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공기업과 정부의 유착관계를 학술적으로 밝혀낸 연구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중 CEO의 정치적 연결이 정부보조금 배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 분석결과가 발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희철 교수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27개 공기업의 수입지출현황,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의 자료와 조사기간 중 해당기업 CEO를 역임했던 76명의 경력을 수집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같은 관료 중에서도 주무부처 출신이
정치인 출신보다 2배 많은 보조금 수령

▲ 지난해 7월 23일 오전 YTN 노조원들이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 후문 앞을 막아선 채 구본홍 사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원들은 지난 주주총회에서 구본홍 사장이 선임된 것에 반발, 구 사장의 출근을 막기 위한 투쟁을 벌였다.
분석에 따르면 정치인이나 관료출신이 공기업 CEO로 진출하게 되는 경우, 내부승진이나 기타 경로를 통해 선임되는 경우보다 더 많은 정부 보조금을 수령했다.

조사결과 자산대비 보조금을 얼마나 받았는지를 보여주는 보조금 계수(내부승진자 계수 ‘0’ 기준)는 정치인 출신이 CEO로 온 공기업의 경우 0.030, 관료 출신일 경우에는 0.038로 양의 값을 나타냈지만 정치인·관료출신이 아닌 CEO가 선임됐을 경우 계수는 -0.166으로 음의 값이었다. 즉, 정치인 출신 CEO가 내부승진자 CEO에 비해 3% 높은 보조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특히 관료출신 CEO 중 주무부처 출신은 정치인 집단보다 약 2배의 보조금을 더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무부처 출신이 아닌 관료 CEO는 내부승진자 CEO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공기업에 대한 보조금 배분이 실질적으로 주무부처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해당부처의 ‘퇴직관료’라는 꼬리표가 보조금 배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성립케 한다. 

이 같은 수치는 정치적으로 보다 긴밀히 연결돼 있는 CEO가 부임하면 정부의 보조금이 증가하고,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배분이 CEO의 정치적 연결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근거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민 교수는 “공기업 임원에 대한 정치적 연결 정도에 따라 정부 보조금 배분에 차이가 나타난다”면서 “특히 관료출신 CEO가 많은 보조금을 유치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기업들이 위기탈출의 방안으로 기타 출신의 CEO보다 관료출신을 선호하게 되는 경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 챙겨도 자체 수익은 바닥

하지만 정치인·관료·내부승진자 출신의 CEO가 공기업을 경영할 경우 많은 보조금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적게 발생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기타출신의 CEO는 자산대비 높은 자체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조사결과 기타 출신 CEO는 내부승진자 ‘0’을 기준으로 약 7.3%의 수익률을 올렸고, 정치인은 2.1%, 관료 출신의 경우 마이너스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명지대 경제학과 최창규 교수는 “자체수입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공기업의 기업적 성격이 보다 약해졌다는 것을 뜻한다”며 “기업적 성격을 회복하고, 정부의 보조금 절약, 공기업-정부간의 유착 방지 차원에서도 기업과 정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면서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외부인재를 CEO로 영입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른시민옴부즈만 조중근 대표도 “정치, 관료인사 외에 외부영입 CEO들이 외부세력과의 결탁 없이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결과”라며 “낙하산 인사의 ‘임기만 채우면 된다’식의 무사안일한 태도를 뿌리 뽑고, 이 같은 인사방식을 지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지급원칙 부재·정부 입김 따라
경영자 선출·형식적 공모제” 곳곳 허점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성신여대 경제학과 강석훈 교수는 공기업 CEO를 뽑는 명백한 원칙과 준칙이 정해져야할 것을 강조했다.

감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코드인사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이 형성됐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인사방식 역시 과거와 다를 바 없다”면서 “전문성 관점에서 볼 때 현 정부의 인사는 ‘과거보다 더욱 심한 낙하산’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우선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원칙이 없다는 점과 CEO 선출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정부의 ‘입김’에 따라 CEO가 선출되는 현실에서 탈피, 공정한 선출원칙을 정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강 교수의 주장에 바른시민옴부즈만 조 대표도 생각을 같이 했다.

조 대표는 “CEO 선임 공채를 실시하고 있지만 결국 최종 선임된 인물을 보면 공채과정에서 최고점을 받은 사람이 아닌 경우를 볼 수 있다”면서 “외부에 ‘우리 기업은 공채로 경영자를 뽑는다’는 형식적인 광고를 하는 것일 뿐 내부적으로는 정치권 등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결국 이 같은 공채과정은 형식만 갖췄을 뿐 내용상으로는 ‘0점’”이라고 말했다.

정부 입맛 따라 경영자 선임
‘무늬만 공모제’ 지양해야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실시된 ‘공공기관장 공모제’는 공기업 CEO 자리에 정치인 등의 낙하산 인사 투입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을 시행하고 주요 공기업 임원 등용에 공모제 원칙을 수립했다. 그러나 공모제 도입 이후 낙하산 인사 논란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명분 쌓기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공기업 사장을 새로 선임하기 위해서는 비상임이사와 외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한다. 하지만 공모가 순수하게 민간의 경쟁만으로 치러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지난해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공모과정에서 청와대가 추천위원들에게 특정인을 뽑으라고 압력을 넣었다가 해당 인사가 최종 후보에서 빠지자 재공모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이 재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조 대표는 “정부는 공기업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형식적인 공모제를 지양하는 것은 물론 코드인사, 낙하산인사를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처방법을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기업 성장에의 역량을 갖고 있는 인사를 CEO로 영입하기 위해서는 추천위원회 위원이 외부압력을 받지 않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2001~2005년 공기업 CEO 유형을 분석한 결과 정치인 출신의 비중(43.3% → 22.2%)은 줄어든 반면, 전직 관료(45.6% → 66.0%)의 비중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내부승진과 외부전문가 등의 비중은 2001년 6.3%에서 2005년 7.3%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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