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죽였던 홍등가 ‘꿈틀꿈틀’…커튼 속 교태스런 몸짓에 일본 관광객도 ‘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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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죽였던 홍등가 ‘꿈틀꿈틀’…커튼 속 교태스런 몸짓에 일본 관광객도 ‘혹하네~’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9.01.16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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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책 뒤적이며 “오니상(오빠)~” 꼬리쳐…홍등수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건재’

단속 후유증으로 집결지보다 은밀한 ‘뒷거래’로 몰려…성구매자 감소
집중단속의 또 다른 성과점(?)…선불금제도 사라져 ‘성매매 강요’ 철퇴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지난해 7월 이후 서울 곳곳에서 성전(性戰)이 벌어지고 있지만 홍등가의 조명은 여전히 밤거리를 밝히고 있다. 물론 집중단속이 시작되기 전에 비해 홍등의 수나 찾아오는 남성들의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매일일보> 취재진이 지난 13일, 14일 양일간 미아리 텍사스촌과 청량리 588 성매매집결지를 둘러본 결과 매일 밤, 또는 2~3일에 한번 꼴로 이뤄지고 있는 경찰단속에도 불구하고 성매매업소는 ‘건재’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업주는 엔화강세를 틈탄 일본관광객들의 발길도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공권력이 휩쓸고 지나간 성매매집결지의 현실을 취재했다.

▲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미아리 텍사스촌의 성매매여성.  /사진= 류세나 기자
“최근 들어 선불금 제도가 자연스럽게 사라졌어요. 이제 아가씨들이 갑자기 출근을 안 하거나 연락이 두절돼도 돈 떼일 염려는 없어 속 편하지만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요. 그게 사실은 돈을 빌려줄 만큼 장사가 안 되서…. 빌려주고 싶어도 못 빌려주는 거거든요.”

지난 14일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 588에서 만난 업주 A씨의 이야기다. A씨는 “장안동 집중단속 이후 장안동을 찾던 손님들이 588로 넘어올 것으로 기대했다가 실망만 했다”며 “단속에 걸릴까 겁에 질린 손님들이 아예 이곳도 찾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손님들 대부분이 집결지에서 빠져나간 아가씨들이 은밀히 영업하는 오피스텔, 인터넷 성매매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아무래도 집결지보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안전하게 성욕을 풀 수 있으니까…”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588 자율정화위원회에 따르면 588내 40여개 업소 중 현재 절반만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자율정화위원회 박승철 위원장은 “그마저도 손님이 있어서 문을 열어놓고 있는 게 아니”라며 “문을 닫아 놓아도 월세는 나가니까 월세라도 내기 위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이 줄어든 탓에 새로운 영업방식도 등장했다. 박 위원장은 “업주랑 아가씨랑 나눠먹기 장사를 해봐야 서로 남는 게 없어서 최근에는 업소의 방 한 개를 빌려 개인적으로 영업하는 아가씨들까지 나타났다”며 “업주에게 방 한 개의 가격에 대해서만 지불하고, 손님에게 받는 화대는 아가씨가 모두 챙기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업주는 세를 받음으로써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고, 아가씨는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화대를 100% 가져갈 수 있다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 박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588 내에서 영업중인 업소의 1/3가량이 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日 섹스관광 없다더니 일본어 책은 왜?

▲ 미아리 텍사스촌을 찾은 남성들이 성매매업주와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 사진=류세나 기자
性종사자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주나 아가씨들에게 “요즘 경기 어때요?”라고 물으면 “손님이 너무 없다”는 게 모범답안인 양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대답만 돌아왔다. 특히 ‘최근 일본인들의 단체 성매매관광으로 집결지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손사래까지 쳐가며 강하게 부정했다. 이 같은 반응은 청량리 588이나 미아리 텍사스촌이나 매한가지였다. 

“일본인 섹스관광이요? 그게 무슨 소리래. 일본사람은 커녕 한국사람 구경하기도 힘든데 말야. 기자님이 그런 경로 알면 나한테 소개 좀 시켜줘요. 제발 좀 왔으면 좋겠어, 정말.”

혹시 ‘경찰단속’을 염두에 두고 性관광에 대해 쉬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업주들은 “없는 걸 없다고 말하는 것 뿐”이라며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입’은 여러 개인 법. 청량리 588의 한 관계자는 성매매관광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사실 이 근처 모텔에 일본인 십여 명이 묵고 있긴 한데 와서 구경만하고 그냥 간다”며 “일본인들이 워낙 짠돌이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또 “아가씨들이 유리창 앞에 서 있을 때 옆에 일본어 책을 펴놓고 그걸 보고 일본인들에게 호객행위를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손님 없다=만족할 만큼 안 온다’ 일맥상통?

업주들의 이야기가 아닌 실제 성매매집결지의 상황은 어떨까. 기자가 미아리 텍사스촌과 청량리 588 밤거리를 찾은 지난 13일과 14일, 소문의 일본 관광객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으나 대신 한국 남성들이 그곳을 채우고 있었다.

홍등가가 제일 붐빈다는 밤 12시~새벽 2시 타임이 아닌 밤 10시께 임에도 불구하고 텍사스촌은 이미 ‘영업’이 한창이었다.  

취기가 덜 가신 20대 후반의 청년들에서부터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30대 초∙중반의 회사원들, 40대 이상의 남성들까지 어림잡아 열 명 안팎의 사내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물론 250여명의 아가씨들에 비해선 적은 숫자였지만 “손님이 없다”던 업주들의 주장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이들이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현관이모’로 불리는 속칭 삐끼들이 달려들어 자기네 집에서 놀고 가라며 잡아끌었다.

“삼촌, 애들 다시 보여줄게. 커튼 걷을 테니까 마음에 드는 애 있는 다시 한 번 잘 봐봐.”

하지만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던 이모들은 일정구역 이상을 벗어나면 더 이상 매달리지(?) 않는다. 이모들 각자의 정해진 구역이 있기 때문.

텍사스촌은 588 등과 달리 약 2년 전부터 커다란 전면 유리창에 빛이 새어나오지 않는 어둡고 두꺼운 커튼을 달고 영업하고 있다. 경찰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관할 경찰 역시 이곳에서 성매매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 커튼은 성구매자들이 오면 걷어내는데 커튼을 열면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십여 명의 아가씨들의 요염한 미소와 함께 교태 섞인 목소리로 너도나도 “오빠”를 불러댄다. 자신을 지목해 달라는 것. 남성들은 이런 방식으로 여러 업소을 돌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아가씨를 ‘초이스’하게 된다.

청량리 588 역시 남성들이 ‘초이스’하는 것은 똑같지만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풍경은 텍사스촌과 사뭇 다르다. 우선 588은 커튼이 없어 유리창 속 아가씨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몸매라인은 어떤지, 또 얼마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아가씨들이 직접 호객행위에 나서기 때문에 미아리 등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관이모’는 588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실제로 삐끼들이 앉아서 쉴 수 있도록 외부에 설치한 비닐천막을 덮은 나무의자의 개수도 10개 안팎이었다.

현관이모의 추임새보다 아가씨들의 시각적인 공격이 남성들에게 먹혀 들어간 것일까. 588을 찾은 대다수의 남성들은 “연애하고 가”라며 옷소매를 잡아끌거나 가게 안으로 밀어 넣는 삐끼가 없어도 아가씨들의 손에 순순히 이끌려 유리창 너머 은밀한 곳으로 모습을 감췄다.

성매매집결지, 인생막장들의 집결지?

▲ 미아리 텍사스촌의 입구. /사진=류세나 기자
하지만 확실히 과거보다 성을 사려는 남성들이 줄어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루에도 수백만 원씩 벌어들이던 이곳 집결지 업주들이 “죽겠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것 역시 아직도 과거의 타성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아리텍사스촌 자율정화위원회 유태봉 위원장은 “계속되는 경찰의 단속으로 현재 90여개의 업소만이 남아있는데 월세도 못 내고 허덕이는 집이 대부분”이라며 “다시 호황을 누리던 그 때가 돌아올 것 같아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남아 있는 업주들과 아가씨들을 ‘집결지 외에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유 위원장은 “적어도 1억 이상씩의 빚을 안고 있는 업주들은 낮은 신용과 빚 때문에 대출도 받지 못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도 없다”며 “아마 이곳이 철거되더라도 서울 인근이나 지방의 집결지에서 성매매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가씨들 사정 역시 마찬가지란다. “집결지에 있는 아가씨들은 비교적 나이가 많고 외모가 출중하지 않다. 이들은 어리고 예쁜 아가씨들이 가득 찬 룸사롱이나 휴게텔 등에서는 받아주지 않는다”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아가씨들 역시 계속 이 바닥에서 일하게 될 텐데 경찰의 집중단속은 더욱 음성적인 성매매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에 청량리 588 박승철 위원장도 같은 의견을 내보였다. 박 위원장은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전에는 안마방, 휴게텔, 마사지 업소 등 기업형 성매매업소는 극히 소수였다”며 “특별법 시행이후 단속이 심해지면서부터 집결지에 있던 업주, 아가씨들이 나가서 생긴 것들이 이들 기업형 성매매업소”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장안동 안마방 사건만 해도 갑작스런 집중단속으로 홍등은 꺼졌지만 인근 지역의 모텔, 오피스텔 등에서의 성매매가 활개를 치는 등의 풍선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집결지 VS 기업형 업소, 단속강도 똑같아야”

경찰의 특정지역 집중단속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텍사스촌 유 위원장은 “기업형 성매매 업소는 성매매알선 사실을 적발해내기 어려우니까 우리처럼 드러내놓고 영업하는 곳을 타켓삼는 공권력은 각성해야한다”며 “기업형 업소는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을 하기 때문에 적발되더라도 실제 업주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데, 우리는 바지사장을 내세울 돈도 없어 고스란히 공권력이 ‘총알받이’가 돼 결국 음지 성매매만 활성화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은 “음지로 숨은 성매매를 척결하기 위해선 공창제 부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공창제 허용지역을 지정, 관리하면 단속에 투입되는 공권력을 줄일 수 있고, 성범죄율 또한 감소할 것이라는 게 박 위원장의 이야기다. 아니, 성산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든 성종사자들의 목소리다.
하지만 성매매는 자발적이든지 비자발적이든지 ‘여성의 성을 돈을 주고 거래한다’는 인권침해적 요소가 내재돼 있어 성매매업 존속을 둘러싼 논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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