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롤리타 범죄’ 막을 길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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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롤리타 범죄’ 막을 길 없나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9.01.09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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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린 그들의 취향 ‘소아기호증’

유아∙청소년 대상 性범죄, 사례 늘고 피해 연령 갈수록 낮아져
오랜 관계 지속으로 심리적 유대 강화…“나쁜 아저씨 아닌데”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최근 들어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性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달 발표한 ‘2007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에 따르면 2007년 피해 아동∙청소년의 평균 연령은 14세로, 피해연령까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성탄절에 실종됐다가 실종 70여 일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안양의 이혜진(당시 10세)양과 우예슬(당시 9세)양 역시 이웃집 아저씨에게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과 달리 정작 가해자 정성현(40)은 범행을 저지른 방에서 자장면을 시켜먹는 등 태연하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 성범죄자들은 왜 이 같은 변태적인 성적충동을 느끼는 것일까. 또 경찰은 범행을 저질러놓고도 평상시와 똑같이 지내고 있던 가해자를 어떻게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일부 범죄 심리학자들은 안양 혜진∙예슬이 사건의 범인 정씨에 대해 성인 남자가 어린 소녀에게 성욕을 느끼는 ‘롤리타 콤플렉스(소아기호증)’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롤리타 콤플렉스’는 미국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1955년 作)의 여주인공 이름을 따 온 것으로, 성인남자가 어린 소녀에 대해 성적 도착을 느끼는 병적 심리를 가리킨다. 물론 개인의 성적취향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습관적 성폭행? …10년 복역 직후 또 성폭행

최근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혐의로 교도소에서 10년을 복역한 30대가 출소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여자아이를 성폭행해 재차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달 15일 서울고법 형사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열살 안팎의 여자아이 2명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A(36)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1998년 7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지난해 9월 말 형기를 마쳤다. 그러나 A씨는 출소 두 달 만인 지난해 11월 중순 귀가하던 11살 여자 어린이를 위협해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후로 두 달 뒤 또 다른 여자 아이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인근 연립주택의 지하실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이 같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A씨는 “나는 소아기호증을 앓고 있다”며 항소했지만 2심은 원심을 확정했다.

아동 성애자들과 인터넷 교류 통해
자료교환 및 성적태도 합리화 시켜

     ▲ 출처: 보건복지가족부
A씨와 같은 아동 성범죄자는 ‘우발성 범죄자’와 ‘아동 성애성 범죄자’로 구분된다. 아동 성애자들은 아동에 대한 성적환상을 가지고 아동과의 성적접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A씨가 주장하는 바가 바로 이 같은 경우다.

이와 관련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한균 전문연구원은 “아동 성애자들은 아동과의 접촉을 위해 아동관련 기관에 취업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등 어떤 행위도 서슴지 않고 한다. 심지어 아이가 있는 여성들과 안면을 익히는 등의 방법을 이용하기도 한다”며 “이들은 아동을 유인하는 ‘세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상습범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김 연구원은 “심각한 문제는 아동 성범죄자의 대부분이 체포당할 것을 예상하고도 범행대상을 물색한다는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수사기관에 적발되기까지 단일범죄자로 인한 피해자가 380명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동 성애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다른 아동 성애자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성적태도를 옹호하는 집단을 이루고, 아동 포르노물 등을 서로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안양 어린이 실종살해 사건의 가해자 정모씨의 컴퓨터에서도 소녀가 등장하는 포르노물 등 음란 동영상 700여건이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김한균 전문연구원은 “최근 들어 발생하고 있는 아동대상 성폭력범죄는 인터넷을 통해 들은 컴퓨터 및 인터넷기술을 악용하기 때문에 성공적인 수사를 위해서는 컴퓨터에 대한 지식도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인터넷상의 아동포르노물이 단서가 되는 경우 가해자가 ‘컴퓨터바이러스에 의해 설치됐다’ ‘검찰이나 경찰이 증거를 조작했다’ ‘내 컴퓨터에 저장돼있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할 것에 대비해 수사단계에서부터 디지털 증거를 주의 깊게 다루어야 하고 피의자 소유 컴퓨터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저씨 알지? 나쁜 짓하는 거 아니야”

아동 성범죄는 대부분 아동보다 유리한 신체적 조건을 이용해 통제력을 확보한 다음 피해사실을 폭로할 경우 다른 누군가를 해칠 것이라고 협박하는 수법을 이용한다. 또 아이들의 성적 무지를 악용해 성적행위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교육(?)을 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피해아동은 일련의 상황에 대한 책임을 범죄자가 아닌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며 가정생활과 일상생활에 심각한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때문에 피해아동은 범죄자의 성격에 동화돼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고, 심지어 범죄자와 감정적, 사회적 유대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미국법무부가 발표한 ‘사이버공간상 아동피해연구’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를 당한 아동의 50%가 범죄자에게 사랑 또는 친밀한 우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의 원인은 범행의 대부분이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한 달 이상 지속된 후 발생해 피해자가 범죄자를 ‘낯선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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