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못 받는 근로자 증가는 정부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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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저임금 못 받는 근로자 증가는 정부 잘못
  • 매일일보
  • 승인 2016.07.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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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7.3% 오른 6470원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근로자가 1년 만에 무려 30만명 넘게 늘었다고 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263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근로자 1923만2000명의 13.7%로 사상 최대 규모이다. 최저임금이란 기본적 생계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이다. 그런데도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이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주요 원인은 최저임금 미지급 업체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느슨하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수년 동안 정부의 최저임금법 위반 적발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부가 사업장을 감독해 적발한 최저임금 미지급 건수는 2011년 2077건에서 2013년 1044건, 지난해 919건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에 반해 근로자가 직접 최저임금 미지급을 신고해 적발한 경우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800건이었던 것이 2013년 1408건, 지난해 2010건으로 급증했다. 고용부의 감독이 못 미치는 사각지대가 많다보니 근로자들 스스로가 권리구제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적발해 놓고도 시정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고용부가 적발한 최저임금법 위반 사례는 3만2997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검찰 고발 등 사법처리 건수는 고작 64건에 불과했다. 과태료 부과도 17건에 그쳤다. 제재건수가 전체 위반건수의 0.2%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 28조에는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 않은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31조에는 최저임금을 근로자에게 알리지 않은 사업주는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도 이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을 위반해도 시정조치만 하면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면 누가 법을 지키려 하겠는가. 이러다보니 결국 근로자 스스로가 권리를 찾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정부에 대한 불신은 커지기 마련이다. 최저임금이란 말 그대로 근로자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사회적 약속을 어기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당장 호구지책이 급한 근로자들은 신고에 시간을 빼앗기기보다는 피해를 감수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이런 책무를 방기(放棄)할 경우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들의 삶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보다 강력한 근로감독 강화 등으로 최저임금 미지급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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