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는 ‘벼랑 끝’인데, 미용병원은 ‘정상 영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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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는 ‘벼랑 끝’인데, 미용병원은 ‘정상 영업중’
  • 이용 기자
  • 승인 2024.02.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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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피부과 “지금은 성수기”… 사직 행렬 ‘못 본 척’
醫 “의대증원, 미용의료 쏠림 현상 해결 못해”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 과밀화로 진료가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의 안내배너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상급병원 의사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던진 가운데, 미용 시술 전문 대형병원 대부분은 이번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용분야 의료 인력 집중 현상은 의대증원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만큼, 정책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22일 매일일보가 전국 각지에 지점을 둔 대형 피부과의 진료 일정을 취재한 결과, 전공의들의 파업이 시작됐던 지난 19일 이전과 똑같은 시간대로 운영되고 있었다. 해당 병원에서 모발 이식 수술을 받고 싶다고 밝히자, 3월 중에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혹시 의료 인력이 부족해서 수술이 늦춰지느냐고 물었더니, 진료 및 수술 일정이 꽉 차 있어서 3월에야 시간이 난다는 응답을 받았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또 다른 대형 성형외과의원은 ‘콧대 수술’ 문의에 바로 진료 일정을 예약하고 수술 가능 일정도 안내 받을 수 있었다. 압구정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겨울 방학 시즌은 원래 성형 수요가 높고, 최근 해외 의료 관광객이 대폭 늘어나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직원 휴가마저 반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직 행렬에 동참한 의료인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구체적으로 알려줄 순 없지만, 우리 병원에선 없는 걸로 안다”고 답했다.

성형외과와 피부과 모두 숙련된 외과의가 필요한 과목이다. 전공의들의 잇따른 사직으로 암 치료 등 고난도 외과 수술이 불가능해 환자들에게 수술 일정 연기를 통보하는 대형병원과는 큰 온도차를 보이는 형국이다. 일반 내과 및 소청과 개인병원도 휴진을 하는 등, 집단행동에 참여했지만 미용의료 분야는 성수기를 맞아 사직 행렬과는 동 떨어진 셈이다.

미용 관련 과목은 개원가에서 인기가 높은 만큼, 수십년간 관련 과목에 의료 인재가 집중돼 왔다. 결국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가 부족한 상황으로 이어져, 해당 분야 전공의는 소멸되고 미용 과목에만 의사가 몰리는 극단적인 의료 환경이 굳어졌다.

의료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 정책으론 국내에 만연한 미용의료 분야 선호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미용의료 개원의의 막대한 수익과 우수한 근무환경을 누리는데 비해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의 처우가 열악하다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실제 사명감 혹은 안정적인 직장을 원해서 의사를 지망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개는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개원한 의사들이 일반 의사들보다 많은 수익을 거둔데 주목하게 된다.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를 살펴보면, 2020년 기준 피부과 의사의 평균 연봉은 약 3억원, 성형외과는 2억3210만원이다. 통상적으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연봉이 대략 1억6000만원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임금 차이가 존재한다.

의료계는 현재 의사 정원은 충분하지만, 고난도 외과 수술 분야 및 필수의료 분야는 기피하고 미용 의료로 인재가 쏠려 의료 인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복지부가 수련병원 14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전기 모집 지원 결과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는 정원 205명에 53명이 지원해 25.9%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전기 모집 정원 3345명에 3588명이 지원해 107.3%의 지원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지원자가 형편없이 부족하다. 필수의료로 분류되는 응급의학과는 79.6%, 산부인과67.4%로, 마찬가지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반면 인기 과목 지원자는 넘쳐난다. 피부과는 184.1%, 성형외과 180.6%의 지원율을 보였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피부‧미용 분야로의 인력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에서 성장한 학생이 의대에 입학해 지역의 의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인재 선발을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비수도권 배정을 40%에서 50%로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의대 입학정원과 연계 배정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그러나 여기서도 정책 헛점이 드러난다. 미용의료 분야 인원은 늘어나지 않으니 관련 분야 의사들은 밥그릇 싸움에 나설 이유가 없다. 또 성형 및 피부과에 지원하려는 상위권 인재들은 지방의대로 가지 않고 재수를 선택하게 된다. 실제로 현재도 수도권 의대로 진학하기 위해 지방 의대 진학자가 자퇴서를 제출하는 형편이다. 남은 자리는 비교적 하위권 인재가 차지하게 돼 결국 의료계의 우려대로 의료 수준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서울 S병원 의료인은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의사들의 업무 의욕을 잃게 만드는 처우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의료계가 늘 강조해왔듯이,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 조정과 업무 강도를 낮추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해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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