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보다는 예방 노력 유도하는 법 개정 필요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을 앞두고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안전관리비용 충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소기업에 대한 처벌보다 예방 노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역상공회의소 22곳과 함께 50인 미만 회원 업체 64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중 22%만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조치를 취했다고 답했다. 반면에 76.4%는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 상태를 유지'(39.6%)하거나 '조치사항 검토 중'(36.8%)이라고 밝혔다. 특히 응답 기업의 89.9%는 법 적용유예를 연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현재 국회에는 50인 미만 기업 대해 규모의 영세성과 인력부족 등의 상황을 감안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자는 법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해 현장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영세 기업들이 법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중소기업들은 안전관리비용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사업주 강력 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이어지는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발주처에서 지급받는 안전관리비용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더 들여가며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고스란히 업체에 부담으로 전가되면서 특히 중소기업에게는 안전관리비용이 손실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시화공단에서 반도체장비부품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경기가 어려워 폐업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은데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까지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다면 진짜 먹고 살지 말라는 소리다”며 “국내 근로자가 없어 외국인을 채용하거나 대표자에 의해 운영되는 원매컴퍼니도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는 정책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사들은 작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안전 전담 부서를 두고 CSO(최고전략책임자)를 선임해왔지만 중소기업들은 CEO(최고경영자)가 CSO 역할을 함께하고 있다”며 “전문적인 CSO 도입도 어려울 뿐 아니라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률자문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처벌보다 예방 노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한다.
이준원 숭실대 교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유예하고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기업의 안전보건관리 활동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우 가천대 교수는 “강한 분노에만 기반해 허술한 규정으로 개인에게 높은 형벌을 규정했다”며 “중대재해 방지를 위해 노력한 경우 가중된 형벌을 감경하고 정부 지원을 세세히 규정해 중대재해예방법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