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인력감축 철회해야" vs 사측 "경영정상화 위해 불가피"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사측의 인력 감축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이달 22일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8일 최종 교섭 결렬로 9~10일 양일간 경고 파업에 이어 사측과의 협의가 지지부진하자 무기한 전면파업을 예고한 것이다. 노조의 전면파업에 따라 양측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다시 한 번 수도권 시민들의 ‘교통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파업 계획을 발표했다. 노조 측은 서울시와 공사가 1차 경고파업 이후 갑자기 강경 대응 기조로 돌변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오는 12월 정년퇴직에 따른 현장안전과 업무 공백 대책을 거듭 요구해왔으나 사측이 현장 안전인력 공백에 대해 어떠한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 교섭이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공사 단체협약은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결원을 충원하도록 신규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서울시와 공사는 법과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사 합의에 따라 하반기 신규채용을 하자는 것과 단체협약에 따라 결원인력을 충원하자는 것, 이를 통해 지하철과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자는 요구에 사측은 단체협약 위반과 함께 단체협약 해지도 검토한다고 응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사 간 교섭의 핵심 쟁점은 사측의 인력 감축안이다.
대규모 적자에 시달려온 사측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사측이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측이 제시안인 인력감축과 안전업무 외주화는 지하철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감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2026년까지 전체 정원의 약 13.5% 수준인 2212명을 감축해 막대한 누적 적자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지난 8일 열린 최종 교섭에서 사측은 노조에 올해 하반기 계획된 388명보다 인원을 늘려 660명 신규 채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정년퇴직 인력 276명을 비롯해 총 868명을 추가 채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사측이 제시한 660명 신규채용 안에는 정년퇴직으로 발생하는 결원에 대한 대책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차량관리소 업무의 자회사 위탁과 1~4호선 구내 운전 업무 및 특수차 운전 자회사 이관, 궤도 유지‧보수 외주 위탁 등 ‘안전 업무 위주의 외주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명 위원장은 “전체 직원을 다 외주화해도 적자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며 “서울시와 공사가 외주화하려는 업무는 사라지지 않고 비용절감을 위해 더 작은 인원으로 업무를 수행하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와 사측이 대화와 협상보다 대결과 제압을 선택한다면 부득이 22일부터 전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며 “언제든지 모두의 안전을 위해 교섭할 준비가 돼 있으니 서울시와 공사의 진지한 입장변화를 거듭 촉구하며 의미있는 진전을 기대한다”고 말하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2차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에는 민주노총 서울교통공사 노조만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교섭단으로 참여했던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앞서 경고 파업에 불참한 데 이어 2차 파업에도 참여하지 않을 방침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공사는 “명분 없는 파업을 즉시 철회하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실무 교섭 과정에서 마련된 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