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파운드리 '천하삼분지계' 될까…인텔 청사진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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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파운드리 '천하삼분지계' 될까…인텔 청사진 속도
  • 신영욱 기자
  • 승인 2023.10.12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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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지난달 1.8나노 급 웨이퍼 공개… 5단계 로드맵 가장 마지막 단계
"삼성의 강력한 경쟁사 될 가능성 충분하지만 적지 않은 시간 필요할 것"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노베이션 2023에서 18A 공정 반도체 웨이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노베이션 2023에서 18A 공정 반도체 웨이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신영욱 기자  |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시장 재편을 위한 청사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부 파운드리' 전략을 내놓았던 인텔은 최근 1.8나노급인 18A 공정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깜짝 공개하는 등 파운드리 시장 지각변동을 노리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노베이션 2023에서 18A(1.8나노)급 웨이퍼를 공개했다.

인텔에게 있어 18A 공정 기반 웨이퍼 공개는 큰 의미가 있다. 지난 2021년 천명한 4년 내 5개 공정 도입의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이다.

팻 겔싱어 CEO는 2021년 2월 취임 직후 'IDM 2.0'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IDM 2.0은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담당할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사업부를 신설하고, 전 세계 각지에 생산 기반을 확보해 초미세 공정 경쟁에 다시 나서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인텔은 2025년 1.8나노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계획을 실현 실현하는데 성공할 경우 인텔의 기술력은 삼성전자는 물론 파운드리 1위 TSMC도 앞서게 된다. 두 업체 모두 2025년 2나노 양산을 예정하고 있어서다.

지난 2018년 파운드리 시장에서 철수했던 인텔은 2021년 200억 달러(한화 22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곳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설한다고 밝히며 시장 재진입을 선언했다. 이후 인텔은 투자 규모를 늘리며 시장 선두권에 대한 추격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최근에는 극자외선(EUV)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공정으로 반도체 양산도 시작했다. 이달 초 인텔은 아일랜드 래익슬립 소재 팹34에서 EUV 리소그래피 기술을 사용하는 인텔4(7나노미터급)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향후 출시할 인공지능(AI) PC의 기반인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코드명 메테오레이크)와 내년 출시 예정인 인텔3(4나노미터급) 기반의 인텔 제온 프로세서 등에는 인텔4가 적용될 예정이다.

지난 6월에는 사업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4년까지 내부 물량을 기준으로 파운드리 2위를 목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2023년까지는 외부 수주 물량 기준 2위를 목표하는 등 파운드리 시장 지위 상승 의지를 맹렬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인텔은 반도체 시장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파운드리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산도 상당하다. 수십 년 간 정상에서 군림했던 만큼 축적하고 있는 반도체 IP 역량은 특히 막강하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통신·서버용 반도체, 사물인터넷(IoT)까지 다양한 반도체 설계자산(IP)을 가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퀄컴, AMD, 엔비디아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팹리스 입장에서는 같은 국적인 데다, 지리적으로 근접한 기업과 협업하는 것이 수월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5월 대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인텔 파운드리를 활용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향후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얻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파운드리 시장이 커지면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생산라인이 부족하다. 때문에 이를 유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텔이 자체적으로 라인을 증설하고 신규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환영할 일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인텔이 시장 구조를 재편하는 단계의 지위로 올라가기까지는 청사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초미세공정 분야의 난이도를 고려했을 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개발을 하더라도 실제 양산을 했더니 수율이 안 좋아서 더디게 되는 경우도 많을 정도로 새로운 공정은 쉽지 않다"며 "다만 나머지 설계 등의 부분은 미국 기업과의 연계가 아주 좋으니 빨리 캐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때문에 향후에는 삼성의 강력한 경쟁사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다만 시간은 좀 많이 필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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