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내용 내년까지 비공개…업계선 '윈윈 전략' 관측 지배적
국회 계류 법안 통과 탄력 가능성도…"근본 해법 마련 시급"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3년 가까이 끌어온 망 사용료(망 이용대가) 법정 소송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합의가 세계적인 담론으로 확전된 빅테크 기업과 통신사 간 망 사용료 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는 고객 편익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모든 분쟁을 종결하고 미래 지향적 파트너로서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게 3사의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스마트폰·IPTV 등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 있는 번들 요금제 및 구독 서비스, 결합 상품 등을 내년 초쯤 선보일 예정이다. 기술 협력도 추진한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이날 오전 망 이용대가를 둘러싸고 벌인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지난 2020년부터 '부당이득 반환'과 '채무부존재 확인' 등 소송을 쌍방으로 제기하며 망사용료 관련 분쟁을 벌여 왔다. 3년 넘게 이어져 온 갈등이 합의점을 찾은 배경에 대해선 소송에 따른 법적 비용 및 추가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사 간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특정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에 상응하는 비용을 SK브로드밴드에 지불하기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유럽 등지에서도 빅테크 기업들의 망 공정 기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법제화 움직임이 이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ETNO)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과 통신 산업이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려면 통신사와 빅테크 간 통신망 비용 부담 불균형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빅테크가 망 사용료 공정 분담에 협조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넷플릭스 측에서도 무시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런 만큼 이번 소송 취하가 향후 망 사용료 논의에 어떤 방식으로든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망사용료 지급 근거 등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 7건의 관련 법안 통과도 탄력을 얻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회는 내달 10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이번 합의의 세부 내용과 망 사용료 법제화 문제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망 사용료 갈등과 관련해 전체적인 시장 질서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개별 기업 간 협약 사항인 만큼 해결되지 않은 지점들이 남아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트래픽 점유율 격차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입법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양사 발표 이후 "양사의 원만한 문제 해결을 환영하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은 아니다"라며 "망 사용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여전히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제도 정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