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겐 허용, 국민 불편은 모르쇠… 앞뒤 안 맞는 비대면진료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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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겐 허용, 국민 불편은 모르쇠… 앞뒤 안 맞는 비대면진료 정책
  • 이용 기자
  • 승인 2023.06.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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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 "비대면 진료 대상자는 재진환자 및 의료약자로 한정"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 위해 '의료해외진출법' 개정 추진
비대면 진료 방향성 두고 내-외국인 간 형평성 어긋나
정부 여당이 ‘비대면 진료는 재진 환자 중심’이라는 원칙을 확정한 가운데, 외국인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해외 비대면 진료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매일일보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대상자를 재진환자 및 의료약자로만 한정한 가운데, 정작 ‘의료관광’ 유치를 위해 외국인에겐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엔데믹이 시작되는 6월을 맞이해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비대면 진료는 재진 환자 중심’이라는 원칙을 최근 다시 확정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3월과 지난달 '병원에 한 번이라도 방문한 환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시범사업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불법이 될 뻔했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이제 코로나19 시절처럼 '모든 국민'이 아닌, '재진환자와 의료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만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다. 국민 또한 특정 조건이 아니면 비대면 진료을 이용할 수 없는 등 제약을 받게 됐다.

이에 플랫폼업계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와 소비자 단체인 컨슈머워치 등은 "비대면 진료는 지역과 공간을 초월해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성명문을 잇따라 발표하며 정부에게 비대면 진료 대상자 확대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지난 7일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를 재진 환자와 의료약자(섬‧벽지 거주자, 거동불편 노인‧장애인 등)로 한정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안내’ 자료를 배포, 사실상 기존안을 확정하겠다는 대못을 박았다. 그리고 “비대면진료의 전면 허용은 대법원 판례, 시범사업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감염병예방법상 한시적 비대면진료 종료에 따른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언급한 대법원 판례(2020년 11월 5일 선고, 2015도13830판결)에 따르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제33조제1항,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함) 위반이다.

그런데 비대면 진료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제한한 정부가 정작 외국인에게 허용하기 위해 관련법까지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외국인환자 유치 활성화 전략’을 발표했다. 해당안에 대해 박민수 제2차관은 “외국인환자 유치는 관광 등 다른 분야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라며, 경제적 측면이 강조된 전략임을 밝혔다.

그중 논란의 소지가 있는 항목은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의료해외진출법)개정을 통해 외국인환자 비대면진료 제도화 추진’이다. 현행 의료해외진출법은 국내 의료인과 국외 의료인 간 기술 지원, 환자의 건강 또는 질병에 대한 상담 등 ‘원격 협진’만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부가 법률을 개정하면서까지 의료관광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국인 의료관광 수요가 국내와 같이 ‘의료약자’라면 참작의 여지가 있으나 그마저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복지부가 4월 발표한 진료과목별 외국인 환자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전체 진료과목 중 성형외과의 비중은 15.8%(4만 6314명), 피부과는12.3%(3만 6060명)다. 이 둘을 합치면 수요 1위인 내과통합의 비율(22.3%, 6만 5424명)을 넘어선다. 사실상 의료약자라고 보기 힘든 수요가 대부분이다.

복지부 또한 “전년대비 피부과가 201.0%, 성형외과가 177.7%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며 "집계된 유치실적을 토대로 외국인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사실상 돈벌이를 위해 법안까지 개정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플랫폼 업계가 자국민 의료를 위해 비대면 진료 대상 범위를 확장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법원 판례까지 언급하며 “전면 허용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은 것과 대비하면 온도 차가 확연하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은 "국내 비대면진료는 사실상 중단 상태로 국민 불편이 가중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외국인 대상 비대면진료를 허가하는 정책은 자국민을 역차별 정책"이라며 "자국민에게 수행하지 않는 비대면진료를 허가한다면 외국인들이 국내 의료체계를 믿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으로 환자부담금을 올리고 수가는 추가해 건보 재정을 낭비하는 것을 멈추고, 우리 국민에게도 효용성 높은 비대면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시범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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