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별법 실효성 부족, 피해지원위원회 역할론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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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별법 실효성 부족, 피해지원위원회 역할론 부각
  • 최재원 기자
  • 승인 2023.06.01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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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구제 및 사기 주동자 처벌 등 빠져 사각지대 발생
"선의의 피해자 가리기 충분한 논의시간 줘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시행 첫날인 1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시행 첫날인 1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전세사기 특별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피해자를 추리는 피해지원위원회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특별법은 말그대로 한시적 지원방안이지, 보증금 피해 직접 지원 및 문제 매물 중개사 처벌 등 예방안은 담기지 않아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1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지난 5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이날부터 시행된다.

특별법에는 그간 피해자들이 요구해왔던 ‘선 구제 후 회수’ 원칙은 제외됐다. 당초 피해자들을 위한 법안이라는 취지가 무색한 셈이다.

안상미 전세사기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특별법에 포함된 최우선변제금 무이자대출은 미추홀구에서 약 500가구가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는데 피해자들에게 빚 더하기 빚을 더하라는 것”이라며 “이마저도 전세대출만 가능해 전세 피해자들이 사용하기 어렵고 실용성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과 전문가들이 강조해 온 사기 주동자 강력처벌 등의 예방 내용도 들어있지 않다. 정작 주동자들을 가중 처벌하기 위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발의됐지만 소위를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인 상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세사기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처벌 대비 얻는 이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인데 재산 몰수 및 징역 30년 등 패가망신 수준으로 처벌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세사기범에 대한 처벌은 죄질에 비해 가볍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중이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2단독(장두봉 부장판사)은 지난 4월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빌라의 신’ 최모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공범 권모 씨에게 징역 6년, 박모 씨에게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피해자들은 1심 판결 이후 검찰에 항소 요청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항소심을 통해 최 씨 등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기 혐의가 적용되면 최대 징역 10년까지 선고되고 범죄단체조직죄가 추가된다면 징역 15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경우 최대 무기징역형까지 처벌이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사례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특별법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피해지원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피해자 규명이 애매한 만큼 동원할 수 있는 방안 내에서 모두 지원해야 한다는 것.

이강훈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은 “현재 전세 보증금 피해자의 대부분은 전세사기가 아닌 깡통전세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특별법의 한계가 분명하기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고충접수센터 공동센터장(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전 이사장)은 “지금 특별법안대로라면 피해자들이 특별법과 위원회 심사라는 2개 관문을 거쳐야 한다”며 “특별법이 제정되면 피해자 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니, 특별법 요건을 엄격하게 두지 말고 피해자조사 이후 위원회에서 조정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보증금 범위를 3억원을 기준으로 했었으나, 경계선 논란이 지속되자 5억원으로 상향한 바 있다.

피해지원위원회가 선의의 피해자를 골라내기 위해 더 충분한 논의기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전세 피해 유형이 워낙 다양하기에 무 자르듯 피해자를 구분하기 쉽지 않고, 이에 따라 초반에는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다”며 “경계부에 있는 피해자 인정 여부를 놓고 토론을 많이 벌여야 할 텐데, 여기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소장은 “짧은 논의시간으로 피해자 범위를 자칫 잘못 설정하면 악용의 소지가 생겨 악용하는 사례가 생길 수도 있다”며 “결국은 세금을 사용한 구제인데 다른 사기범죄와 형평성에 어긋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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