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멘트사의 꼼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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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멘트사의 꼼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3.05.29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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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동하며, 역사에 이름을 남긴 요기 베라는 말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야구는 총 27개의 아웃을 잡아야 경기가 끝난다. 축구와 농구 등 여타 스포츠와 달리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어떤 일이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사회 현상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단계에서 안도 및 방심하는 사람들에게 사용하기도 한다. 

끝까지 방심할 수 없다는 의미는 시멘트사를 향한 규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시멘트사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관련 규제 강화와 직면했다. 그간 기술적으로 극복 가능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부문에서 특혜를 받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인 질소산화물(NOx)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소성로(시멘트 제조시설)는 법적으로 80ppm의 NOx 배출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2007년 이전에 설치된 소성로는 270ppm의 기준을 적용받는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소성로는 모두 2007년 이전에 구축됐기 때문에 현행법은 보여주기식 제도에 불과하다. 

시멘트사의 특혜 의혹은 폐기물 활용에서 비롯됐다. 시멘트사는 폐기물을 유연탄의 대체연료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시멘트사로 유입되는 폐기물이 늘었다. 기존 폐기물 소각업계는 시멘트사보다 엄격한 기준 하에 폐기물을 소각했다. 소각로의 NOx 배출기준은 50ppm으로, 시멘트사의 5분의 1 수준이다. 

환경부는 계속되는 질타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환경부는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환경오염시설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 시멘트사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기준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자체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고, 강원 지역 사업장은 118ppm까지 낮춰질 수 있다. 개정안이 오는 7월 중 공포될 경우, 모든 소성로는 2027년 6월까지 배출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시멘트사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은 지난 2020년 9월 각 시멘트업체에 미세먼지 저감에 획기적인 효과가 있는 선택적촉매환원설비(SCR)를 설치·운영하도록 권고했다. 13곳의 공장은 1104억원의 자금을 저리로 빌렸다. 그 결과, SCR를 설치한 공장은 없었다. 대부분 선택적비촉매환원설비(SNCR)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SNCR는 NOx 제거 효율이 30~70% 수준인 반면, SCR의 효율은 90%에 달한다.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뜻이다. 

일부는 이번 규제 강화안 발표로 안도하고 있지만, 시멘트사는 또 다른 꼼수를 준비할 수 있다. 아직 규제 강화안의 구체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환경 부문 개선이 이뤄지려면 지속적인 감시와 감독이 필요하다. 시멘트사 스스로 진정성 있는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제도는 아직 안착하지 않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담당업무 : 생활가전, 건자재, 폐기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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