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당신이 몰랐던, 자유시장과 국부론의 새로운 기원과 미래 '자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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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당신이 몰랐던, 자유시장과 국부론의 새로운 기원과 미래 '자유시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5.26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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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 콜베르, 애덤 스미스, 케인스, 하이에크, 프리드먼…

시장과 정부, 자유와 통제를 논한 2000년 경제사상사에서
새로운 자유시장을 위한 통찰과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다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오늘날 자유시장의 위기는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자유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2011년 맥아더 지니어스 펠로십을 수상하며 학계에서 ‘천재 소장학자’로 주목받은 동시에 현실 경제의 조력자로도 활약하고 있는 제이컵 솔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2000년 역사 속의 위대한 경제사상가들을 소환한다.

신작 『자유시장』에서 그는 키케로, 콜베르, 애덤 스미스, 케인스, 하이에크, 프리드먼 등 당대의 선구적인 사상가들을 불러내어 각 시대의 정치•경제•사회적 맥락에서 그들이 주장한 자유시장 사상의 진정한 의미를 살핀다.

솔에 따르면 통념과 달리 일찍이 자유시장 사상가들은 국가가 시장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사상가들이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교묘히 왜곡하여 시장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우리는 시장과 정부, 자유와 통제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히게 되었다.

밀턴 프리드먼의 이른바 “국가 개입이 없는” 정통파 자유시장 사상이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위기에 봉착해 있는 오늘날, 키케로에서 프리드먼에 이르는 자유시장 사상의 역사를 돌아보며 자유시장의 새로운 기원을 찾는 이 책을 통해 오늘날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개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서 역사학, 철학, 회계학을 가르치는 제이컵 솔(Jacob Soll)은 2011년 맥아더 지니어스 펠로십을 수상하며 학계에서 ‘천재 소장학자’로 주목받은 동시에, 현실 경제의 조력자로도 활약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스페인, 포르투갈 정부의 경제정책 자문을 비롯, 2017년 그리스 금융개혁 및 부채관리에 관한 그리스 정부의 자문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신작 『자유시장』에서 솔은 역사학자로서 2000년 역사 속 수많은 사상가들의 주장을 시대적 맥락에서 정교하게 풀어내며, 현실 경제의 비판자로서 오늘날 경제위기를 가져온 ‘자유시장’이라는 신화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자유시장의 기원은 무엇인가?
경제사상사의 오래된 통념을 부수는 파격


『자유시장』에서 제이컵 솔은 로마에서 현대에 이르는 2000년 역사 속에서 일어난 자유시장 사상의 역사를 유럽 대륙을 중심으로 펼친다. 고대 로마의 키케로에서 중세 스콜라철학자들, 17~18세기 중상주의자들, 그리고 애덤 스미스와 오늘날 정통파 경제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주요 사상가들을 모두 15개 장으로 나누어 그들이 내놓은 저작들과 정책들을 살피고, 각각의 시대적 맥락에 맞춰 그 의미와 사상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솔이 시간을 거슬러 자유시장의 역사를 되짚은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솔에 따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국가개입을 철저히 반대하는” 정통파 경제학자들의 ‘자유시장’ 사상은 애덤 스미스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며(그것은 근대 경제사상가들에 의해 왜곡된 것이다), 로마 시대 키케로로부터 이어진 유구한 전통이 있다. 이러한 주장은 기존 경제사상사의 통념에 반하는 것이기에 파격적이다.

이 책의 역자 홍기빈 글로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오늘날 경제사상사에서 ‘과학혁명’처럼 묘사되는 18세기 말의 자유주의 경제사상의 출현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흔히 자유시장 사상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애덤 스미스를 키케로부터 이어진 자유시장 사상의 전통을 이어받은 보수적인 전통주의자로 보는 파격적인 시각이라는 의미다.

자유시장에 대한 솔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 사상은 크게 키케로와 17~18세기 중상주의자라는 두 원천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그들은 대부분 자유시장을 유지하는 데에 국가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보았으며, 오늘날의 자유시장 사상은 18세기 이후 사상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19세기 세계를 지배하던 영국의 제국주의를 거쳐 20세기에는 미국 우파의 이데올로기로 자리를 잡게 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솔은 20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자유시장은 그 의미와 작동 조건은 각 시대마다 달랐음에 주목한다. 그는 로마 시대의 자유시장과 16~17세기 네덜란드공화국의 자유시장, 19세기 대영제국의 자유시장 그리고 오늘날의 자유시장은 각각 ‘동시대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며, 따라서 역사적 상황과 조건에 맞는 자유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사유와 실천 역시 그 맥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오늘날 과학적 진리처럼 여겨지는 자유시장 사상의 통념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교훈을 던져 주는 대목이다.

자유시장의 신화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사상으로
‘애덤 스미스 신화’에 대한 파격적인 재해석


『자유시장』에서 제이컵 솔은 오늘날의 자유시장 사상은 20세기 경제사상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신화일 뿐이며, 자유시장 사상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애덤 스미스 역시 그러한 신화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오스트리아학파 폰 하이에크는 스미스를 경제적 효율성에 초점을 두어 모든 종류의 국가개입에 반대한 사상가로 그렸으며, 이 맥락을 이어받아 밀턴 프리드먼은 『국부론』에 나오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구절을 경제생활에서 정부를 제거하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솔은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이 스미스의 “저작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들만 골라 뽑았으며, 이로써 스미스를 도덕철학자에서 근대적 대기업에 무한의 자유를 허하라고 요구한 자유 지상주의자로 변모시켰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리는 애덤 스미스는 우리가 아는 바와 다르다. 스미스는 자유시장이 자연적 질서와 도덕을 갖춘 지주 귀족들의 미덕에 기반한다고 본 도덕철학자이며, 대영제국의 상업과 산업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았고 콜베르가 시행한 여러 정책을 받아들여 시장 안에서 정부와 정부 기관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았던 인물이었다. 솔은 오히려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키케로와 중농주의자를 위시한 자연적 질서에 기반한 ‘자유시장’ 전통과, 상업 및 산업을 중시한 콜베르적인 ‘자유시장’ 전통이 혼합된 형태라고 말한다.

솔에 따르면 나아가 오늘날의 자유시장 사상 역시 왜곡되고 오인되었다. 즉 인간의 ‘탐욕’을 긍정하고 기업과 자본에 무한한 자유를 허용해야 하며, 이 질서에 간섭하는 정치적•사회적 개입을 일절 용납할 수 없다는 사상은 일종의 신화이며, 20세기 미국의 대자본 세력, 극단적 인종주의 세력,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 등 미국 우파에서 이데올로기로 채택된 것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솔은 경제가 ‘완전히 자기 조정적’이라는 꿈 혹은 신화에서 깨어나 현실에 입각한 새로운 ‘자유시장’ 사상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적 지향성을 가진 철학으로서뿐 아니라 국가가 시장에 묻어 들어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또 그 반대의 철학으로도 말이다.”

여러 얼굴을 가진 시장
위기의 자유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


제이컵 솔은 자유시장 사상이 실패한 예로서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 된 것에 주목한다. 중국은 자유시장의 핵심 요소들이 권위주의의 맥락 속에서도 얼마든지 번영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처럼 이 책은 경제발전을 이루는 틀은 각 나라가 처한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싱가포르의 경제발전 방식을 중국과 미국 등의 국가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나라가 경제발전을 위해 저마다의 상황에 특정한 경로와 접근법을 사용한다.

또한 솔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유시장’으로는 오늘날 경제위기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이러한 자유시장의 틀로써 경제발전을 이룬 사례는 없었으며,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등이 번져 가는 오늘날 현실 경제에는 더더욱 적용할 수 없다. 우리는 더욱 세련된 자유시장 사상을 다시 설계해야 하며, “그 말이 가진 진정한 의미와 그것을 이룰 구체적인 이론과 실천을 벼려 나가야 한다”. 그리고 여러 얼굴을 가진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인류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옛날 책으로” 돌아가 역사 속 수많은 사상가의 경제이론과 정책을 두루 살펴보아야 한다.

 저자 제이컵 솔(Jacob Soll)은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태어나 아이오와대학교와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을 거쳐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근대 초기 유럽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6~18세기 서유럽의 지성사· 정치사·문화사를 연구하는 학자로서뿐 아니라 현실 경제의 조력자로도 참여해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 정부의 경제정책 자문을 비롯해, 2017년에 그리스 금융개혁 및 부채관리에 관한 그리스 정부의 자문 역할을 맡아 활약하기도 했다. 2011년 맥아더 지니어스 펠로십을 수상하고 학계의 떠오르는 역사학자로 주목받으며 꾸준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역자 홍기빈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외교학과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캐나다 요크대학에서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금융경제연구소 연구 위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을 거쳐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팟캐스트 ‘홍기빈의 이야기로 풀어보는 거대한 전환’을 진행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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