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세사기 특별법 본회의 통과, 뒷말은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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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세사기 특별법 본회의 통과, 뒷말은 무성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3.05.25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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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반쪽짜리 법' 비판… 2년 한시적 정책 한계도
“전반적인 전세제 개편 필요, 매매시장과 연관돼 신중해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와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기자회견’을 마치고 민원접수를 위해 국회 민원실로 향하다 닫힌 철문과 경찰에 막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와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기자회견’을 마치고 민원접수를 위해 국회 민원실로 향하다 닫힌 철문과 경찰에 가로막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이소현 기자|  전세사기 특별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됐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정작 법안 적용 대상인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여전히 ‘선 구제·후 회수’ 대책이 방안이 빠졌다는 이유로 특별법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반발 중이다. 더욱이 특별법은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고 보완책 마련도 만만치 않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25일 “특별법이 여전히 피해자 선별로 피해자 범위를 축소시키고 있다”며 “빚에 빚 더하기로 책임을 오롯이 세입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 측은 이어 “입주 전 사기 피해자와 수사 개시가 어려운 사례나 보증금 5억원 초과 세입자는 피해자로 인정되지 못해 여전히 수많은 사각지대가 남았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국가가 먼저 임차 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하고 피해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일부라도 돌려준 이후 공공이 경매 등을 통해 보증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넣어달라고 요구해왔다.

전문가들도 전세 보증금 반환이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김인만 김인만경제부동산연구소장은 “특별법엔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한 한계가 있는데 정부와 국회가 처음부터 이를 피해자들에게 설명하고 더 실효성 있는 맞춤형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었다”며 “지금 특별법이 갖고 있는 한계를 보완해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공매 우선 낙찰권 부여 등은 피해 세입자에게 당연히 돌아가야 하는 부분”이라며 “2년 한시 특별법에 따라 적용된 세입자 권리가 남은 임기 내 일반법으로 제정되는 등 전세제도 전반에 걸친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별법 2년 한시… 尹 정부 전세안정 이뤄낼까

이번 전세사기 특별법은 2년 한시로 운영된다. 말 그대로 일시적 대안이기에 이대로라면 또 다른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날 특별법 본회의를 앞두고 인천에서 40대 전세사기 피해자가 또다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근본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임대차제도 대수술을 예고했다. 원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대책을 수습하고 나면 ‘갭투자’나 보증금을 일단 다른 데 쓰고 다음 임차인에게 돌려받는 제도 자체에 손을 댈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과 깡통전세 현상이 확산 중인 상황이다. 연말이 되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사업자가 늘 것이라는 뜻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이달 넷째 주 기준 전년 대비 15% 이상 하락했다.

정부가 최근 전세사기 사태를 막기 위해 내놓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 가입 강화 대책도 집값 하락기에 되레 역전세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제가 그동안 임대에서 매매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온 만큼 대안 없는 폐지는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어 전세 제도 개편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전세사기 주범 오명을 쓴 보증·대출 개선도 쉽지 않다. 정부가 최근 임시방편으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한도를 낮추자 “보증금을 못 돌려줘 파산하겠다”는 임대사업자의 원성이 쏟아졌다. 임대사업자들은 전세금 반환 대출 확대를 요청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신중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세시장은 임대차 시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데다, 매매시장과도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에스크로 제도가 전면 적용되면 임대인은 2년 동안 돈이 묶인다”며 “전세금을 무이자대출처럼 활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 수석연구원은 “정부 정책이 도입되면 질 좋은 전세는 계속 있겠지만 종국에는 월세와 매매로 시장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세를 주거사다리로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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