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활고에도 10만원 빙수…젊은 세대 위험한 소비습관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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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생활고에도 10만원 빙수…젊은 세대 위험한 소비습관 경고음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05.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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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최근 한 5성급 호텔에서 판매하는 10만원대 빙수 사진이 SNS에 퍼지며 20~30대 누리꾼들의 눈길을 끌었다. 놀랍게도 국내 호텔들이 잇따라 빙수 가격을 전년 대비 10~30% 이상 올려잡았지만, 이를 누리기 위한 행렬은 더 길어졌다. 1인당 20만원에 육박하는 오마카세 정식 후기도 찾기 어렵지 않다.

반면 TV와 신문엔 고물가로 가계 사정이 지속 악화되고, 생활고에 학자금대출과 휴학을 고민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단 뉴스가 쏟아진다. ‘거지방’도 유행을 타고 있다. 거지방이란 다수의 익명 참가자들이 함께 절약 생활을 실천하는 오픈 채팅방이다. 충동구매를 막아주고, 절약방법을 공유하며 불필요한 지출을 질책한다.

호텔빙수 오픈런과 거지방. 이 정반대 문화에서 오는 괴리감은 기이하기까지하다. 호캉스와 명품, 비싼 식사를 즐기는 젊은이들은 모두 소위 말하는 ‘금수저’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거지방의 회원이기도 하다. 과시용 명품과 휴일을 보내기 위해 정작 필수재에 쓸 돈이 부족한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고급 취미를 유행시키고 있는 최대 주체인 20대의 소득은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래 자금 저축에 대한 개념이 사라지고 당장의 쾌락을 좇는 소비 행위는 유독 MZ, 잘파세대에게서 두드러진다. 밀레니엄(1980초~2000초), 제트(1990중반~2000초), 알파(2010~2024년)세대는 전방위 산업계에서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어려서부터 기술적 진보를 경험하며 자란 만큼 온라인 활용에 능숙한 이들은 SNS를 통한 소통이 일상적이다. SNS는 자신의 개성과 존재 가치를 대변하는 창구로 쓰인다.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호텔빙수 사진을 포스팅하는 행위는 자신의 존재감 및 사회적 지위를 제고하려는 욕구가 투영됐다고 진단한다.

식사 자리에서 만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저가형 제품을 고급화할 때 소비자 유입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단 걸 다양한 내부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며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프리미엄 딱지가 붙으면 더 잘 팔린다”라고 말했다.

소비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젊은층을 공략하는 것은 마케터들의 입장에서 당연하다. 각종 식품‧패션‧뷰티 기업들이 앞다퉈 제품 이름 앞에 ‘프리미엄’을 붙이는 이유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소비 트렌드를 부추기고 지지하는 마케팅이 옳다고 말할 순 없다.

이와 같은 젊은층의 소비 행태 확산의 배경에는 사회적 불균형도 자리한다. 지금의 소득으로는 내 집 마련과 노후 자금 확보가 어렵다고 느낀 이들은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투자 대신 일시적 재미를 추구하게 됐다. 젊은 세대의 사치에는 환경,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단 평이다.

오늘만 사는 듯한 위험한 소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때다. 기업 역시 사회 구성의 일원으로서, 건강한 소비를 구축하는 데 이바지하는 데 함께 고민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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