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日 반도체 흑역사가 남일 같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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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日 반도체 흑역사가 남일 같지 않은 이유
  • 김영민 기자
  • 승인 2023.05.07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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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매일일보 산업부장

매일일보 = 김영민 기자  |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반도체'라는 대답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만큼 반도체는 한국경제의 버팀목이다.

이 버팀목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각국의 패권 경쟁과 경기 침체로 인한 충격파가 심상치 않다. 반도체 수출은 수개월째 감소하고 있고, 반도체 대표기업들이 올 1분기에 수조원의 적자를 냈다.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패권 경쟁이 한창이고, 유럽, 일본 등도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만큼 반도체 산업이 중요하고 앞으로 더 중요해진다는 이야기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는 그동안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5분의 1이 넘는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핵심 산업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면서 현재까지 K-반도체에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41% 감소하며 7개월 연속 줄었다. 올 1분기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4조5800억원 적자를 냈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SK하이닉스은 3조4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K-반도체 대표기업들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총 8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충격을 줬다.

반도체 업황은 삼성전자의 감산 등에 따라 올 하반기 이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 주도권 확보에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럽도 패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반도체과학법(칩스법) 세부규정을 발표했다. 반도체 보조금 신청요건으로 시설 접근권 허용, 초과이익 환수, 회계자료 제출, 중국 내 투자 제한 등을 포함했다.

시설 접근권을 허용할 경우 기술 유출 가능성이 높다. 또 초과이익도 공유해야 한다.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려고 생산 관련된 회계자료, 고객정보, 원자재 등 영업에 대한 자료도 공개해야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에게 중요한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시설 투자도 제한된다. 미국이 자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중국에서의 투자를 축소해 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계산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소조항이다. 따라서 반도체 기업들과 관련 업계는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에 기대를 걸었으나 칩스법 관련해서는 언급 조자 없었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칩스법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개별 기업이 완벽하게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가 칩스법의 보조금 요건이 완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가 차원의 협상이 절실하다. 실무협의를 통해 유리한 하부규정이라도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칩스법의 보조금 요건에는 예외, 단서조항 등을 활용해 K-반도체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이 얻어낼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한다.

K-반도체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위기다. 일본이 1990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다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우리나라와 대만의 추격을 당하며 추락한 흑역사가 있다.

K-반도체도 이번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 위상은 꺽일 수밖에 없다. TSMC의 나라인 대만처럼 정부, 기업, 국민이 똘똘 뭉쳐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지지하듯이 K-반도체도 국가 차원에서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담당업무 : 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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