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이제는 전략적 모호성의 '균형외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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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제는 전략적 모호성의 '균형외교'가 필요하다
  • 권대경 기자
  • 승인 2023.04.2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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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정경부장
권대경 정경부장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의 요지는 북한의 핵 확장 억제력 강화다. 한반도에서의 이른바 핵 균형을 통해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오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각적인 미국 전략 자산 전개와 핵사용까지 명기한 만큼 일단 대북 견제 장치는 하나가 마련된 셈이다.

특히 회담 직후 미 현지 언론은 무엇보다 한국이 자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의 핵사용 결정 과정에 큰 역할을 하게 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워싱턴 선언에 관한 미 정부 고위 관리들의 분석과 평가를 근거로 한 것이다. 자체 핵무기 개발 포기를 다시 천명하는 대가로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핵 무력 사용에 관한 협상에서 오랫동안 추구해온 위상을 얻게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핵무기를 들고 나서 사용하는 직접적 행동의 권한은 여전히 미국이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핵협의그룹(NCG)의 경우 구체적 타깃을 정하지 않고 한미의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정도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어찌됐건 방법론적 측면에서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지만 분명한 건 핵 억제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논의는 없었다. 인도적 지원 원칙과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우크라이나 재건 논의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공식적으로 견지해온 원칙과 입장에서 변화는 없다"며 "우크라이나 전황을 살피면서 인도적 지원, 재정적 기여, 그리고 비군사적 목적의 지원을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건 논의에도 관심이 있어서 미국과 협력하면서 적극 응하겠다는 것"이라고 회담 자리에서의 언급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한층 강화된 핵 억제력을 얻으며 굳건한 한미 동맹을 확인한 만큼,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는 더 큰 숙제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균형외교가 필요하다. 전략적 모호성을 사실상 던져버렸다는 외교가 일부의 평가가 있지만, 그래도 전략적 모호성이 여전히 우리가 취해야 할 외교의 핵심 코드다. 이유는 뻔하다. 한반도에서의 핵이슈는 단순히 북한과 한국만이 당사자라고 볼 수 없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모두 당사자로 봐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만큼 국제사회가 이번 한미정상회담 내용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균형외교가 전략적 모호성에서 비롯되는 만큼 정부는 이제 중국을 달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의 당사자인 러시아와는 관계개선의 경우 속도 조율을 해가며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 교역 특히 수출의 경우 25%가 중국이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크다. 국제사회의 국가간 관계는 정치적·군사적 관계만 있는 게 아니다. 경제적 관계가 오히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며 결과적으로 정치적·군사적 힘의 균형을 깨는 사태를 초래하기도 한다.

동북아 핵심 국가로서 상황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제 아주 큰 핵우산을 빌려 쓸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그 핵우산을 매우 껄끄럽게 생각하는 또 다른 강력한 이웃들이 불편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 선언은 국가 존립의 위기에서 비롯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이웃 국가와의 적대적 관계의 단초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득과 설명이 유효하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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