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저출산 해결책 "소액 지원금 역부족…지역 분산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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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저출산 해결책 "소액 지원금 역부족…지역 분산화 필요"
  • 이진하 기자
  • 승인 2023.04.0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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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예산 GDP의 5%인 100조 원까지 올려야"
"지방 소멸도 저출산 원인…세종시처럼 인프라 갖춰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진하 기자  |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책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소액 지원금 등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정책은 역부족이라고 지적하며 지역 분산화 등 좀 더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대책에 대해서도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근로시간 단축과 육아기 재책근무의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9일 <매일일보>와 인터뷰한 전문가와 실제 저출산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우선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출산율이 계속 낮아지는 이유로 사회가 비혼과 유배우자 출산 모두에게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은 것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향이 어긋나 있기 때문에 수십 년간 수백조 원을 들였음에도 갈수록 문제가 더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됐다"며 "안정된 일자리, 적절한 주거, 노후 보장 등이 탄탄해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또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 외에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영세기업, 자영업자 등이 정부의 다양한 저출산 대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노 모씨는 최근 아이를 출산해 아내와 육아를 함께하고 싶지만 회사 내 인력난 등으로 육아휴직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며칠 휴가를 쓴 것 말고는 실질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저출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출산 후 매달 정부에서 받는 100만 원 남짓의 돈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그 금액도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기 전까지만 도움이 되는데,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는 정도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가게 되면 그 금액으로는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지금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자금을 풍부하게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청년들의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아가는 '수도권 집중화'도 심화되면서 지방이 무너지고 있어 지역 사회에 청년 일자리와 교육 여건 등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지위를 높이고 자금을 대폭 늘려서 투입해야 한다"며 "국내총생산(GDP)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 저출산 예산을 5%인 100조 원까지 올릴 생각으로 정책을 세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업과 교육 인프라가 수도권에만 집중이 되어 있으니 모두 수도권에 몰리게 되는데,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낮게 나타난다"며 "세종시 사례처럼 직업과 교육 등 인프라를 촘촘하고 새롭게 구축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의 합계출산율이 1.67명을 기록해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1.05명)의 1.59배이며, 출산율이 가장 낮은 서울시(0.84명)이 1.99배에 달했다. 이 점을 언급하며 수도권에 편중된 정책과 인프라 등을 분산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청년인구가 매년 1~2%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양상이 나타난다"며 "10년, 15년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지방 대도시는 소멸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연구개발이나 대기업, 플랫폼 기업 등이 수도권에 몰리다 보니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쏠리는 모습을 보인다"며 "비수도권도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청년 인구가 유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세종시 같은 핵심 도시에 집중적으로 직업 외에 생활과 문화, 교육 등의 인프라를 만들게 되면 저출산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를 꾸준히 압박하면서 위기감을 느끼도록 해야 하고, 누가 정권을 잡든 15년에서 20년짜리 장기 계획을 이어갈 수 있는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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